제목은 빈 칸으로 남겨두고 싶었는데
그렇게 하면 발행이 안된다
유튜브에서 '해외에서 사랑받고 전국투어 도는 한국 ㅁ돌' 이라는 제목을 보고 사이버 렉카인가? 무시하려는데 채널 주인이 비보이 스팍 본인이었던 것... 그는 자극적인 문구로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프로 유튜버가 되었을 뿐. 아무튼 스팍 당신은 한국에서도 아주 멋진 비보이라는 것을 잊지 마. 올공 SK 핸드볼 경기장 객석 채우는 데 당신의 몫도 있었단 걸 기억하라구
ㅁ돌이라는 단어는 누가 만들었을까 나는 ㅁ돌이라는 단어가 너무 싫어요 가수한테도 팬들한테도 예의 없고 상처 주는 말이잖아 다 잘되자고 하는 거잖아
쇼다운 (방송을 볼 때도 그리 생각했지만) 콘서트에서 스팍 실물을 보고 호적 메이트와 '아이돌 같지 않아? 외모도 스타일링도 아이돌 같은데 왜 음방에서 본 적 없지?' 라는 내용의 대화를 나누고 있었는데 인터뷰에서 (대충 해외 팬미팅 도느라 쇼다운 막방 참여 못해서 아쉽다는 내용 )
"제가 아이돌이었어가지고... 지금은 해체했는데 - "
'해체'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스팍을 그룹 데뷔 때부터 좋아했던 팬의 심정은 어떨까? 분명 이 자리에도 있을 텐데. 그래도 잘됐으니까 좋겠지 그래도 아쉽지 않을까 아이돌로도 잘 될 수 있었을 텐데 안타깝다. 해체한 아이돌 그룹의 팬은 어떤 마음일까 슬프지 않을까? 본인 입으로 해체라는 단어를 저렇게 담담하게 말할 수 있을 때까지 힘겨운 시간들을 보내지 않았을까... 대화를 나누다가 호적 메이트와 나는 동시에 깨달아버렸다. 우리 얘기잖아?!
우산을 들어준다며 말하지 않아도 곁에 있어준다던 엑스원 멤버들을 찾습니다... 물론 지금은 어디서든 행복하길 바라지만 다시 뭉치는 모습을 한 번쯤은 보고 싶단 것 욕심이겠지만... 제대로 활동하지도 못했던 게 너무 억울해서 그래 X1 내놔 엠넷 놈들아 서바이벌 그만 만들고. 설탕이나 열심히 만들어 이 씨... 제이야...라고 말하고 난 영준쌤이 나오는 스맨파를 보겠지 으휴 엠넷은 그게 문제야 욕을 먹든 말든 사람들이 보고 싶어 하는 걸 만들어서 짜증 나 뮤비나 하루 종일 틀어줄 것이지 으휴
엠넷 망해라
아니 망하지 말고
시켜줘.
엑스원 재결합.
아니 근데 진짜 엠넷 아니고
다른 데서 재결합시켜줘도 되지 않나
그게 더 좋을 듯
엠넷은 뭔가 두 번 상처 줄 것 같아서 싫다
코로나 전 내 마지막 K-POP 오프는 5년 전, 2017년이었다. 그러니까 'NNN'은 내게 5년 만의 대면 공연이었다. 2017년 이후로도 공연을 볼 수 있는 기회는 여러 번 있었다. 내겐 선예매 권한도 있었으니까. (그 당시만 해도 SM은 1년에 1번씩 공식 팬클럽을 모집하지 않았다) 한 번도 가지 않았던 건, 아니 가지 못했던 건 내가 병원에서 TV로 접했던 소식이 사실이었다는 걸 온전히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한테는 여러 모로 힘든 시기여서 떠올리지 않으려고 애썼지만, 이젠 그냥 떠오르는대로 놔둔다. 익숙해졌다고 다 괜찮아진 건 아니지만. 이름을 보는 것도 쉽지 않으니까.
'NNN' 이후로 더 많이 생각난다. 그날은 9주년 팬미팅이 있던 날이었다. 그 당시 어떤 마음으로 갔는지, 어떤 마음을 가지고 돌아왔는지, 그 후 일어난 일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까지 어떤 과정들이 필요했는지...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난다. 이젠 꿈속에서조차 꿈인 걸 알아차리게 되었지만, 함께 있었던 현실이 더 꿈같았는걸. 어떻게 잊을 수가 있겠어.
내겐 최애가 없었다. 멤버들이 함께 있는 모습을 제일 좋아했다. 이젠 못 볼 그림이라 생각했다. 뭐라고 딱 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그냥 느낌이 그랬다. 한 번에 접을 수가 없는 마음이라서 서서히 정리하려고 했다. 이번이 마지막이야. 많이 행복했었으니 웃으면서 보내줄 수 있겠지. 소속사를 옮기든 뿔뿔이 흩어지든... 그들은 우리에게 늘 확신을 줬지만, 불안했다. 나중에 덜 상처받고싶었는지도 모른다. 나중 일은 나중에 생각하고 더 아껴줄 걸.
공연장 근처에는 혼자 갈만한 식당이 없다. 혼밥은 이미 고깃집까지 마스터한 상태라 문제 될 게 없었다. 문제는 사람도 많은데 다인용 식탁을 혼자 차지할 수 없었다는 것. 식당 문 앞을 기웃거리던 나를, 누군가 손짓으로 불렀다. 그분도 혼자 오신 듯했다. 초면이었다. 편의점 갈까 생각 중이었는데 감사했다. 공연 전에는 배가 고프지 않아도 뭐라도 먹어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허기져서 응원봉 흔들 힘도 없어진다. 응원법을 크게 외치기 위해서 물도 많이 마셔둬야 한다. 선택 X 필수O
뭘 먹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분의 인상착의는 어렴풋이 기억난다. 안경에 체크무늬 셔츠. 그날 나눴던 대화와 그분의 표정은 가끔씩 떠올라서 날 웃게 만든다. 사투리를 써서 더 기억에 남았는지도 모른다. 나는 경상도 사투리를 좋아하는데, 그분은 부산 사투리를 구사했다. 경상도 사투리 억양은 귀엽다. '모르는 사람과 밥 먹기' 가 낯을 많이 가리는 내겐 가장 어려운 일이지만, 어색하지 않았다.
" 혹시 공연 보러 오셨어요? "
ㄴ" 네?! "
내가 볼 공연과 같았다. 서로 티켓을 보며 좌석 위치를 확인했다. 구역이 달랐다. 공연을 보기 위해 부산에서 새벽 5시에 출발하셨다고 했다. 기상이 아니고 출발이라는 대목에서 놀랐다. 차 대절로 오셨나? 서울까지 2시간, 빠르면 1시간 30분 거리에 사는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지방러라는 공통점이 있어서 대화가 더 통했던 것 같다. 서울 사람들은 이런 기분 모를 걸.
" 혹시 언제부터 좋아하셨어요? "
ㄴ" 데뷔 초, 2008년부터요 "
그분은 놀란 표정과 함께, 본인은 좋아한 지 1년 정도 됐다며 내게 부럽다고 말했다. 우연히 만난 사람과 우연히 밥을 먹으며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게 신기하고 좋았다. 이름도 번호도 서로 묻지 않았지만,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같다는 이유만으로 대화가 통한다는 게.
" 너무 늦게 알게 돼서 아쉬워요"
ㄴ " 이제부터 알아가면 되죠! "
나는 그 진심 어린 표정과 말투를 잊을 수 없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시간의 흐름 속에서 내가 알고 있던 것들을 알려줄 수 있어서 뿌듯했다. 아마 다음 오프 때도 만났으면 운명이라고 느꼈을 테지만, 내겐 그게 마지막이었다. 그분도 나를 기억하고 있을까?
공연을 보고 나서 돌아가는 길, 후련할 줄 알았는데 자꾸 미련이 남았다. 내가 다른 아이돌을 좋아할 수 있을까? 2017년, 혹은 그 이전의 내게 묻는다면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 뭐래."
그만큼 내겐 너무 당연한 일이었다. 이젠 안다. 내가 어리석었단 걸. 그런 마음이라면 여기까지 못 왔겠지. 정리는 무슨. 지금도 내 마음 한 켠에 자리잡고 있다. 그리고 누구에게도 그 방을 내어줄 생각은 없다. 옆 방이면 몰라도.
그리고 2022년의 나는
2017년의 이름 모를 그분의 입장에
더 가까워진 것 같다.
1년은 아니고 3년이지만,
내가 겪어보지 못했던 시간들이
문득 궁금해졌다.
업텐션 데뷔
2015년
재계약은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모든 팬들이 상처받지 않을 수 있는 방향으로 흘러갔으면 좋겠다. 요즘 '업텐션 재계약'으로 많이 들어오시던데 저는 알려드릴 수 있는 게 없는 걸요,,, 티오피랑 꼭 재계약을 해야 할까? 싶다가도 다른 소속사 중에 괜찮은 곳? 음... 대형이라고 다 좋은 것도 아니어요 겪어보니까 그럽디다.
태국 NNN 슬로건 이벤트 문구를 보고 생각했다. 역시 팬들 마음은 다 똑같구나. 우석이에게 다른 사람의 흔적을 찾으려고 한 적은 없는데 내가 경험했던 이벤트와 문구가 겹치면 생각날 수밖에 없지 않나. 당연히 모든 팬들의 마음은 같을 수밖에 없지만.
첫 마음을 같이 나눴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궁금해졌다. NNN 현장 좌석에 앉아있는, 처음부터 우석이와 함께했던 사람은 어떤 느낌일까. SNS에 돌아다니는 기록엔 없지만 멤버들과 팬들의 기억에 남아있는 날들이 있을 텐데.
2015년 업텐션 데뷔 - 2019년 프X - 엑스원 - 2020년 솔로 데뷔까지 우석이가 의도치 않았던 굴곡도 많았고, 혹여나 시야에서 사라질까 걱정도 잠시 했었지만 힘든 시간을 이겨내줘서 고마울 것 같기도 하고... 미안하고 대견하고 일단 나는 그렇다. 부모가 된다면 이런 마음일까 어디 가서 기 안죽었으면 좋겠고, 누가 뭐라 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예쁨 받았으면 좋겠고 칭찬 받으면 좋고 사랑만 받았으면 좋겠고... 우석이는 나랑 나이도 비슷한데 팬이란 뭘까... 난 아직도 정의를 못 내리겠다.
팬미팅 전에는 몰랐지만, 공연을 보면서 '그럴 일은 없겠지만, 없어야 하겠지만 이 마음이 변할지라도 지금 이 자리에 있던 걸 후회할 것 같진 않다' 라는 확신이 강하게 들었다. 날 이렇게 만든 아이돌은 우석이가 처음이... 아니고 두 번 째지만 첫 번째 마음은 여전히 변함이 없기 때문에 아마 두 번째도 같지 않을까?
팬미팅이 끝난 뒤 나는 나의 갈증이 뭔지 알면서도 해소할 수 없었다. 그날 이후로 나는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의 이름을 검색하는 것조차도 힘들어졌고 (지금은 연검이 사라졌지만, 자동 검색어도 보기 힘들었다), 팬들이 모여있는 커뮤니티는 기웃거리지도 않게 됐다. 특히 실시간으로 다른 사람들의 반응을 확인할 수 있는 게 갤이었는데, 그걸 보면 내가 무너질 것 같아서 무서웠다. 우석이의 이름이 걸려있는 곳은 다른 분위기겠지만. 눈팅만 하고 글은 안 써도 되는건데 비밀번호도 아는데 문 앞에서 도어락까지 열고 망설이는 느낌이랄까. 보고싶은데 볼 수가 없다. 언젠간 열 수 있겠지.
원래 공연이 있는 날은 오전에는 기대감에 찬 팬들의 글을 읽으며 텐션을 올리고, 공연 후에는 고속버스 창가 자리에서 우리 꿈꾼 거 아닐까? 라는 말랑말랑한 관람 후기를 보며 세트리스트를 듣는 게 나만의 뒤풀이였는데... 커뮤를 안 하니 이 마음을 풀 곳이 없다. 물론 커뮤니티 안 해서 좋은 점도 있지만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의견을 볼 수 없으니 심심하다. 유튜브는 해외팬들의 댓글이 더 많으니... 팬미팅에 짭냐냐라도 데려가서 영상 찍게 하고 NNN 브이로그라도 만들 걸 그랬다. 넌 영상을 찍거라 난 감상을 할 테니. 내게 남아있는 건 터벅터벅 걷다가 지하철 티머니 찍고 개찰구 통과하는 (콘서트 브이로그 국룰) 영상뿐... 쇼다운 콘서트는 혈육과 나의 최애 크루와 최애 비보이가 같아서 공연 전/후로도 실컷 이야기할 수 있어서 좋았는데. 쇼다운 콘서트 브이로그는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영상이 많은데 편집을 언제 할런지 모르겠다.
아무튼 현장이 너무 오랜만이기도 하고, 나도 같이 즐기고 싶은데 그럴 수 없어서 아쉬웠다. 지금도 그렇다. 내가 생각을 바꾸면 쉬운 일이긴 한데, 어떻게 보면 굉장히 사소한 거지만 어렵다. 우석이도 포털에서 이름 검색하고 프로필 밑으로 절대 스크롤 안 내리는 게 습관이 되어버려서 이젠 밑으로 내리기 겁도 난다. 진짜로 겁난다는 게 아니라 막연한 두려움? K-돌 팬으로 살아온 지 10년이 넘었기 때문에 웬만한 댓글은 무시하거나 신고하는 편인데 악의는 없지만 보는 사람들은 기분 나쁜 댓글이 오히려 더 견디기 힘들다. 예를 들면 '팬들 불쌍하다' 같은... 내가 블로그 댓글 막아두는 이유 중 하나. 콘서트 양일 몸에 개인 홈부터 단체 홈 이름까지 하나하나 새기고 무대에 오르는 사람의 팬들이 왜 불쌍할까. 함부로 판단하지 않았으면. 누가 뭐래도 팬들에겐 언제나 따뜻하고 다정했던 사람이다.
티오피는 팬미팅이 한 달이나 지났는데 'NNN' 리허설 영상이 아닌 본 무대 영상 전부 올리지도 않았다. 혹시 영상 편집 담당자가 한 분이라면 당근을 흔들어주세요... 전체 다 올라오면 보려고 아껴 보는 중인데 올해 안에 올라오는 건 맞겠지? VCR이라도 올려줘요... 늦게 올릴수록 연말에 콘서트 계획 중이라 바쁘다고 생각하겠음. 현실적으로는 어렵다고 보지만 그렇게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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