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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는 이유

by Hi터닝포인트 2020. 1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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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엠넷 오디션 프로그램에 관해서는 정말 할 말이 많지만(ㅍㄹㄷㅅ 시리즈 외에도 한가득), 이거 하나는 인정한다. 엠넷은시청자에게 다음 편을 '더 보고싶게' 만드는 데에 재주가 있다. 짜증나는데, 어그로인 것도 아는데, 속는 셈치고 볼 수 밖에 없게 만든다. (알고보니 진짜로 속았다는게... 댄싱9 제작발표회 때 PD가 춤 추는 거 보고 이상한 사람 =안 모씨)이라고 생각했는데 진짜로^^) 말 많아도 시청률이 항상 잘 나오는 이유가 여기 있는 듯하다. 일개 시청자인 나는 농락당하는 것 같아서 기분이 상당히 나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디션 프로그램을 챙겨보는 이유는,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다! 정말 한두 번도 아니라서 인정하기 싫은데 인정할 수밖에 없다. 이번에도 내가 졌다. 애증의 엠넷. (증 99.9%)

 

- 쇼미더머니 이전 시즌도 간간이 봤지만, 어느덧 그들만의 리그가 된 것 같아서(인맥 힙합) 쇼미더머니 9는 정말 내 관심 밖이었는데, 우연히 VVS 무대를 보고 도입부 가사가 너무 좋아서 홀린듯이 몰입하게 되었다.

 

 

" 보여줘야겠어

 

내가 망할 거라 했던 너에게도

내가 잘될 거라 했던 너에게도

 

다할게 최선 "

 

 

 

- 보통 힙합, 특히 쇼미 내에서는 내가 망할 거라고 했지? 두고 봐, 혹은 너는 내가 망할 거라고 했지만 내가 잘된 걸 보니 어떠냐? 같은 가사가 많이 나오기에 그런 흐름을 예상하고 듣고 있었는데 그 다음 가사가 내 마음을 요동치게 했다. 내가 잘될 거라 했던 너에게도, 나는 최선을 다해 보여줄 거다. 이런 게 진정한 스웩이 아닐까? 멋있다.

 

- 사실 힙합을 분노의 에너지가 아닌 긍정의 에너지로 쏟아내는 무대를 쇼미더머니에서 보게 된 게 신선하고 새롭고 감동적이었다. 무대를 보는 순간만큼은 경연이 아니라 진짜 '공연'을 보는 느낌이었다. 그것도 온라인이 아니라, 직접 보는 것처럼. 내가 공연 보는 걸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무대 위에 있는 사람이 정말 자기가 너무 좋아서, 신나서 무대를 꾸민다는 게 느껴질 때 받는 그 느낌이 너무 좋아서인데 VVS 무대가 그랬다. 무대 위에 있는 사람들이 너무 행복해보였다. 그 에너지가 내게도 전달되어 '살아있음'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2020년에 고등래퍼도 아니고, '쇼미더머니'를 보고 이런 기분을 느낄 줄은 몰랐는데 좋다!!

 

- 원래는 3명이서 준비한 무대를 2명이서 준비하게 되었다는 걸 나중에 알게 되었다. (왜 쇼미더머니는 시즌을 9개나 했는데 모자이크가 필요없는 시즌이 없는 걸까? ) 아무 생각 없이 봤을 때는 처음부터 2명이서 준비한 공연인 줄 알았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다니, 진짜 멋있다. 처음엔 컨셉인 줄 알았는데 진짜로 멋이밴놈이었다. ㄷㄷㄷㅈ

 

- 공중파, 케이블 가리지 않고 오디션 프로그램을 다수 시청한 경험에 의하여 내린 결론은,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는 무대 위에서의 능력 말고도 무대를 준비할 때 인간적인 매력을 볼 수 있는데 (방송국놈들, 특히 엠넷은 잘 안 보여줌,,, 팬들이 더 잘 보여줌,,, 당연한 건가? 아냐 근데 잘한 것도 잘 안 보여줌,,, ), 능력과 매력을 두루 갖춘 사람은 높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 이런 캐릭터는 카메라에 자주 비춰주지 않아도 많은 사람 눈에 띈다. 우연인진 몰라도 그동안 내 눈에 확!! 들어왔던 오디션 참가자들은 다 높이 올라갔으므로, 이번 시즌도 기대해본다. 쇼미더머니9 머쉬베놈/릴보이/미란이 화이팅...

 

- 마이크 선택이 내가 봤던 룰 중에 가장 뭐같은 룰이었는데, 역시 엠넷이 엠넷한다. 그 버릇 어디 안 가지,,, 잔인한 놈들. 회의할 때마다 어떻게 해야 더 잔인하게 떨어뜨릴지 궁리하는 게 분명하다. 그래서 본방은 안 볼거다. 클립은 볼 거다.

 


 

- JTBC '싱어게인'그동안 내가 봐왔던 오디션 프로그램 중에 제일 공정하고 편집도 담백하다. 심사위원도, 심사평도 납득이 간다. '방송'보다 참가자들에게 열린 '기회'를 주는 데 중점이 있는 것 같아서 보는 사람 마음도 일렁인다. 이름 대신 1호, 2호 이렇게 숫자를 붙이는 게 어찌보면 인간성이 없어보일 수도 있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누구에게나 공정한 심사를 하고자 붙인 룰이 아닐까싶다. 이건 내가 1화부터 보지 않고, 간간이 재방을 봐서 잘 모르겠지만 내 느낌은 이렇다.

 

- 방송을 보면서 어? 나 이노래 아는데! 어? 나 가수 이름도 아는데!! 그런데... 가수 얼굴을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팬이 아닌 경우에는 목소리, 노래 좋다고 하면서 음원 사이트에서 노래만 찾아들어서일까? (얼마 전에 복면가왕 볼 때도 어? 긱스 노래가 아닌데 왜 긱스 노래처럼 들리지?? 분명 긱스인데!! 릴보이는 쇼미 나오고 있으니까 아니고 긱스는 2명인데 누구지 하다가 루이라는 이름을 알게 되었다. 긱스 공연 본 적도 있는데 왜 몰랐을까,,, 옆 대학 축제라 그랬나,,, 무대 위의 긱스는 정말 귀여웠고 Officially Missing You밖에 몰랐던 나는 그 날 긱스 앨범을 찾아 들었고 어딜가나를 자주 들었는데 사진이 클라우드에 남아있으려나 모르겠다. )

 

- 나도 아이돌 좋아하지만, 아무래도 요즘 음악방송은 아이돌 위주(사실 여기 나오는 아이돌도 극소수지만)/오디션 프로그램은 트로트 위주로 돌아가니까 다른 장르를 하는 가수들은 TV에 비춰질 기회가 적은 것 같다. 특히 요즘은 코시국 때문에 더더욱. 어떤 구도로 경쟁을 하게 되는 건지는 아직 모르지만, 떨어지더라도 자신의 존재만큼은 알릴 수 있으니까, 싱어게인은 참 좋은 프로그램인 것 같다.

 

- 예고편에서 '이 프로그램, 이런 분들을 위해 만들어졌다는 생각이 드네'라는 심사평을 듣고 내 눈에 레이디스코드 소정이 보였다. 얼굴이 익숙해서인지, 심사평 때문인지 모르겠다. 그 후에 클립으로 '비상' 무대를 보았다. 무대 위에서 온몸으로 떠는 게 보여서 안쓰러웠는데, 이상하게 위로를 받았다. 어떻게 보면 나도 그동안 안타깝게 바라보던 사람이 아니었나, 시선에서 절대 자유로울 수 없는 직업인데 그 또한 힘들었겠다싶었다. 댓글에 레이디스코드 팬이 쓴 글을 보고 한 번 더 울컥했다. 비슷한 일을 겪었던 적이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뭐랄까 그냥 마음이 쓰였다. 그리고 그렇게 적어줘서 고마웠다. (영상과 댓글을 다시 보면 눈물날 것 같아서 가져오지 않았다.)

 


- 내가 생각하는 한국인만의 정서'흥''한'이다. 대체적으로 쇼미더머니'흥', 싱어게인'한'을 잘 풀어내는 프로그램인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 오디션 프로그램이 지겹다고 해도 끊이지 않는 이유는 이 두 가지 정서를 잘 녹아내린 방송을 보며 시청자들이 공감해서이지 않을까? 물론 다른 이유도 있겠지만 지금은 생각나지 않으니까 여기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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