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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a의 화분 가꾸기

[김우석] 나의 시선이 닿는 곳에 네가 있다면

by Hi터닝포인트 2023. 6.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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愛情

: 사랑하는 마음

 


작년 10월쯤, 행사에 다녀왔다

우리 지역에서 가장 크게 열리는 축제

 

나는 사람 많은 곳을 싫어하지만

예외인 곳이 딱 1곳 있다

 

공연장

 

모르는 사람들끼리 뭉쳐서

한마음으로 응원하다 보면

긍정적인 에너지를 받을 수 있고

 

그러다 보면 

내 안을 사랑으로

가득 채울 수 있으니까

 

인파가 너무 몰려서

(공식 집계: 8만 명)

중간에 그냥 나갈까 했는데

 

입구부터 출구까지

교통 통제가 되고 있긴 했지만

 

나가는 게 더 위험해 보여서

4시간 동안 그 자리에 서있었다

 

다리가 너무 아픈데

앉을 수도 없어서

힘들었다

 

내가 보고 싶었던 걸그룹 무대가 시작되자

10대부터 내 또래까지는 앞으로 나가고,

어르신들은 알아서 뒤로 빠져줬다.

 

내가 좋아했던 곡들을

라이브로 듣는 게 너무 좋았다

4곡 정도 했는데 다 아는 곡이라서 신났다

 

하나 확실한 건

내가 보고 싶어 하던 무대를 볼 때는

하나도 힘들지 않았다

 

그다음 엔딩 무대의 주인공은

미스터트롯 TOP3 중 1명이었는데

 

나는 트로트에는 관심이 없기에

방송에서 몇 번 보고

이름과 얼굴만 알고 있었다.

 

그분의 무대를 봐도, 어떤 말을 해도

아무런 감정도 느낌도 들지 않았다.

 

다시 힘들어졌다는 거 빼고는 

달라진 게 없었다

 

똑같은 위치에서 보는데

왜 이렇게 다른 마음이 들었을까 

 

이젠 어린 친구들이 뒤로 빠지고,

어르신들이 앞으로 나왔다.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나는 공연장을 빠져나와서 집으로 향했다

 

내 부모님 또래로 보이시는 분들이

응원봉은 물론이고

누가 봐도 그분의 팬이구나 할 정도로

머리띠, 옷, 슬로건 등 온갖 굿즈로 무장하고 계셨다

표정이 다들 아이처럼 순수해 보여서 귀여웠다

근데 나보다 나이 많은 분들한테 귀엽다고 해도 되나?

 

그동안

내가 좋아하는 아이돌 포함

그 어떤 인기 아이돌이 와도 

행사에서 응원봉 들고 응원하는 팬은

단 한 명도 못 봤는데

 

(난 공식 응원봉이 출시되기 전에 봤기 때문)

 

생소하고 

신기했다

 

애정이란 뭘까 

 

확실한 건

 

눈에 보이지 않지만

느껴지는 바람 같은 것

 

그러나

바람처럼 스쳐 지나가지는 않고

흔적을 남기는 것

 

나중에 들어보니 

다른 지역에서 버스 2대 차대절해서 오셨다더라

 

난 팬미팅이나 콘서트 갈 때 

소속사에서 준비해 준 차대절만 이용해 봤는데

지역 행사에 차대절이라니

멋지다

 

역시 팬들에겐 체력과 재력이 있어야 한다

난 둘 다 없어서 힘들다

 

 

그때부터 스스로를 향한 질문을 수백 번 수천 번 던졌다

 

사랑이란

뭘까?

 

 


 

 

4집 Blank page에 쓰여있는 글

여기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또 있네, 

몇 번이나 다시 읽었다.

 별들에 대해 생각했다. 

 

밤하늘의 별들과,

이제는 볼 수도 들을 수도 만날 수도 없는 별들
한 번도 잊은 적 없고 잊지도 않을, 잊지 못할 사람들

언제까지나 그리울 사람들

솔직히 말하자면,

4집 앨범에 실린 곡들은

전부 내 취향이 아니다. 

 

나중에 생각이 바뀔지도 모르겠지만

 

원래 앨범마다 듣자마자 꽂히는 곡이

1곡씩은 있었는데,

이번에는 없네?

 

아쉬운 마음을 가지고 듣고 있었는데... 

 

'그리워하면' 가사가 내 귀를 파고들었다. 

 

 

아프진 않은지,라는 말을 듣자마자
떠오르는 한 사람이 있어서 심장이 아렸다. 

 

노래가 너무 슬퍼

 

피아노 선율이 내 심장을 밟는 것 같고, 

가사를 느낄수록 여기저기 온몸이 쑤셨다.

 전하지 못한 말들은 어찌해야 하나요?

 

처음 들을 때부터 

나중에 이 곡을 실제로 듣게 된다면 울 것 같아서 겁이 났다. 

노래는 너무 좋지만, 자주 듣지는 못할 것 같다. 

 

우석이 목소리로 노래를 듣자마자 

눈물이 날 것 같았던 건

 '오롯이 너에게' 이후로 처음인데


그때는 우석이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이라 

아무것도 몰랐는데, 지금은 그때보다 아주 조금 더 알았을 뿐인데

 

우석아 노래를 왜 이렇게 슬프게 만들었니

가사도 멜로디도 반주도 다 너무나도 슬퍼

 

그래

펑펑 울고 싶을 때 들으면 되겠다

 



 떠난 이들에 대해, 내가 붙잡지 못한 것들에 대해, 

이제는 되돌릴 수 없는 일들에 대해 곱씹어본다.


왜 그렇게 되었어야만 했는지, 

다시 돌아가면 막을 수 있을까


끝을 알고 처음으로 돌아가도, 

내가 먼지 한 톨 조차 바꿀 수 없다 해도

나는


지금의 기억을 모두 안고 

예전으로 돌아간다 해도 

내 선택에는 변함없다고 다짐한다

그게 몇 번이 되었든 간에

이 감정은 뭘까, 뭐라고 정리해야 할까. 

스스로 수 천 번 되물었다.

 

사랑?


사랑이란 두 글자로 이 마음을 덮을 수 있을까.
덮는다고 모두 지워질 수 있을까.

그러다 꿈을 꿨다.

아니 이 꿈이 먼저였던 것 같다.

꿈속에서도 꿈이란 걸 알고 있는 꿈
이젠 하나도 이상하지 않은 꿈

나는 '보고 싶었어'라는 담백한 문구가 적힌 이벤트 슬로건을 들고 있었다.
무대 위에 마이크를 들고 등장한 너는 그걸 보자마자 울었다. 

아이처럼 서럽게, 내가 항상 봐왔던 그 모습으로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곳에 있다는 걸

서로 너무 잘 알고 있으니까

그래서 울었겠지만


팬들이 매번 하는 슬로건 이벤트에도
매번 처음 보는 것처럼 감동받아서 울던 사람이니까

여전히 울보구나.
바보

그렇지만 이번에는

 팬들에게 미안해서 흘리는 눈물 같아서 마음이 아팠다.
더 이상은 미안해하지 않아도 된다고,

이젠 정말 그래도 된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우리가 슬퍼하는 걸 바라지 않는다는 것도 알고 있으니까.
우린 늘 그 자리에 있을 테니 당신도 계속 지켜봐 달라고.

 그렇게 또 몇 달이 지났다. 
또 하나의 별이 별이 되었다.

왜 많은 이들에게 사랑과 행복을 주는 사람은 아파야 했을까,
왜 그렇게 일찍 데려가야만 했을까. 

악한 사람들은 끝까지 오래오래 끈질기게 살아남는다.
내가 어렸을 때 어떤 선생님이 그렇게 말씀하셨다.


선한 사람들만 해줄 수 있는 일이 있어서, 필요해서
위에서 먼저 데려간 거라고, 스카우트한 거라고.

현실에서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무슨 말인가, 그게 위로라고 하는 말인가?

 

그땐 안 믿었었지만
지금은 그렇게 믿고 싶다.

 보통날이었다. 

 

평소처럼 유튜브 알고리즘에 뜨길래 

유닛 팬콘 영상을 쇼츠로 본 것뿐이었다. 


팬은 아니지만, 실제로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한 번쯤은 보고 싶었다. 너무 잘하니까


그러다가 갑자기 못 보게 될 일은 없겠지... 

하면서 나쁜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그 어떤 영상에도 댓글을 남긴 적이 없었는데,
당신은 정말 멋진 사람이라고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는 걸 느끼게 해주는 사람은
존재만으로도 정말 소중한 사람이라고
제발 나쁜 생각하지 말라고
남기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결국에는 그러지 못했지만

괜히 팬들이 좋아서  앓고 있는 영상에
타 팬인 내가 뜬금없이 나쁜 생각하지 말라고 적는 게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기분 나쁠 수도 있을 거니까
참았다.

어차피 볼 수도 없을 테니

다음 날 새벽, 
일어나자마자 내가 처음 본 기사
오보이길 바랐다. 

 

웃는 게 너무 예쁜 사람이었잖아

어릴 때부터 너무 열심히 살았잖아

너무 어린 나이잖아

 

소리 내어 잘 웃지 않는 내가

최유프 보면서 정말 많이 웃었었는데

 

내가 좋아하는 아이돌 노래도

많이 커버해 줘서, 매번 너무 잘해줘서 

날 웃게 해 줘서 고마웠는데

 

다른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는 사람은

더 행복할 자격이 있는데

 

...

 

다른 사람은 모르는

이유가 있었겠지요


그리고 또 며칠이 지났다.


멤버들, 가족들, 친한 동료들의 편지
그리고 그 밑에 달린 댓글을 보며 마음이 편치 않았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길 바랐는데

나의 첫 번째 빛이 

"... 그리고 미안해요 몰라줘서"

라고 적은 걸 보았을 땐
견딜 수가 없었다.

우리 팬들이 
그의 팬들에게 남긴 포스트잇을 보고는,
그 마음이 너무 나와 같아서 울었다. 

슬펐다.
어떤 마음일지 너무 잘 알고 있으니까

지금 많이 힘들 텐데


시간은 많이 흘렀어도
사실 그날의 기억을 떠올리는 것조차도 
아직 완전히 괜찮다고는 할 수 없지만

 

한순간에 내린 결정은 아니었을 테니까,
팬들이 죄책감을 가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분도 진심으로 그걸 바라고 있을 거예요
저도 이걸 깨닫기까지는 오래 걸렸지만요


함께한 순간들은 분명 행복했을 거니까

돌아보니까 그렇더라고요

그동안 동생 너무 수고 많았다고 말해주면서
형이 따뜻하게 안아줬을 겁니다.
정말 고생했다고

 

부디

그곳에서는 힘들지 않길 바랄게요

 팬들이 소속사 앞에 놓은 꽃다발과, 
벽에 붙어있는 수많은 포스트잇을 보며 
옛날 생각이 났다.


머릿속이 띵하도록 시린 기억
그러나 잊어서도 잃어버려서도 안될 일들

그때도 
다른 팬들도 괜찮지는 않았겠구나, 생각했다.

슬픔 속에 잠겨있지 않으려고 노력했는데
혹시라도 엔딩에 영상이 나오면 

이름 앞에 한자가 붙는다면

 

1위 발표 후,

축하한다고 말하며

어쩔 줄 몰라서 당황하던 후배 MC의 눈동자

 

아, 진짜구나

느꼈던 그때


그 기억이, 장면이 자꾸 떠올라서

견디지 못할까 봐 
일부러 음방도 안 봤는데

 

다른 팬들은 이런 일,

이런 마음 겪지 않길 바랐는데
우리가 바꿀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걸까


우연히 보게 된, 

음악 방송 기사에서

 

MC분들 뒤에 있는

눈물을 참고 있는 우석이의 얼굴이

다른 사람들의 얼굴보다 먼저

내 눈에 들어왔다

 

마음이 예전 같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네가 아파하는 걸 보면
내 맘이 아프더라

 

다들

몸도 마음도 아프지 않았으면

아무도 다치지 않았으면

 

그 중에서도

특히 네가 아프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는 나를 보며

 

아, 사랑이었구나


 

누군가에겐 가장 소중한 존재일 아티스트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

 

전달될 것 같진 않지만

그래도 한 번 써봅니다

 

 팬들은 여러분이 언제 어디서 무얼 하고 있든

그저 행복하길 바랍니다

 

여러분이 일을 그만둔다면 당장은 슬프겠지만

돌아오지 못할 곳으로 영영 떠나는 것보다는 슬프지 않을 거예요

정말로요

 

저는 우석이가 언젠가 카페 사장이 됐지만

출근은 안 해서 얼굴을 못 본대도,

갑자기 낭만을 찾는 도시어부가 된대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본인이 행복한 길이라면요

물론 지금은 그럴 일 없겠지만요

마음의 준비는 항상 하고 있어요

 

여러분

지금 너무 외롭고 괴로우면 쉬세요

힘들면 어디든지 꼭 털어놓으세요

 

팬들도 소중하지만

가장 소중한 건 나 자신이라는 걸

항상 잊지 마세요

 

그리고

 

누구보다 여러분을 아끼는 팬들이

그걸 더 바란다는 것도 알아주세요

 

스스로에게 가장 다정한 사람이 되어주세요

부탁입니다


 

그리워하면 찾아갈 수 있는 곳에 있을 때
보고 싶었어,라고 직접 말해줄 수 있을 때
이 마음을 전해주고 싶었다.

어쩌면 나는 마음이 더 커질까 봐 두려워서
나도 모르게 밀어내고 있었는지 모른다.

 

내가 준비되기 전에 떠날까 봐
나중에 상처받을 내가 무서워서


상처까지도 사랑의 일부라고

생각하던 나인데

겁이 많아진 걸까


내 시선이 닿는 곳에

내가 찾아갈 수 있는 곳에 있다면

 

그리워하면 볼 수 있는 곳에 있다면

이 마음을 전할 수만 있다면

 

단 하루라도

볼 수 있다면

 

존재만으로 힘이 되어줄 수 있다면

 

찰나의 순간이라도

빛을 비춰주고 싶다는 

결론에 다시 도달했다

 

같이, 함께하던 순간을

후회한 적은 없으니까

 

그래서

 

직접 보고 왔다

김우석 팬콘

 

사실

표를 잡고도

몇 가지 이유로

갈까 말까 고민도 했었는데

 

안 가면 더 후회할 것 같아서

 

이번에는 보고 왔다가 아니라

'만나고 왔다'라고 써도 될 것 같다

 

우석이를 만나고 오길 잘한 것 같다

 

 


 

*김우석 첫 팬콘 후기:  

 

여기에 이어서 쓰면 슬플 것 같아서

다음 글에 쓰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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